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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왕*성*폭*포 (1) 09.8.09

닥치는대로 2009. 8. 13. 22:54

 

 15여년만에 비룡폭포에 들렀습니다. 산을 눈과 발과 가슴으로 사랑하는 얼치기산꾼이, 온몸으로 사랑하는 바위꾼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가기 위해 길도 모르는 곳을 사진과 글로만 인지하고 무작정 가기 위해 들렀습니다.

 

 입장료와 단속을 피해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들과는 달리 개구멍을 통하지 않고, 당당하게 소공원의 입구로 새벽공기를 마시며 오릅니다. 설악동의 소공원의 입구에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비룡교에서 바라 본 산허리에 구름띠가 걸쳐있으니 묘했습니다. 동트기전의 어둠이라 산허리에 걸린 구름띠가 을씨년스럽기도 하여 천천히 오르다 보니 비룡폭포에 도착했습니다. 오랫만에 찾은 폭포와 계곡의 물색이 옥색이 아닌 검붉은 색이라 실망이 다가옵니다. 동이트고 완전히 밝기를 기다리는데 우려하던 비가 내려 노심초사하다 안전을 고려해 일단 400여m 밑의 상가로 철수합니다.

 

 인적없는 상가의 식탁에 앉아 처량히 고민에 빠져있다 주인이 도착하여 커피 한잔을 시켜먹고 있자니 한무리의 혼성바위꾼들이 지나갑니다. 나도 용기를 내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니 2시간이 지났습니다.

 

 계곡을 지나

 육담폭포를 거칩니다.

 

 

 새벽과 달리 지체않고 들머리를 거쳐 비룡폭포의 상단으로 오릅니다.

 

 많은 양은 아니나 바위가 젖을 정도로 비가 내리고 짙은 운무로 시계가 없으니 조심스럽습니다. 헷갈리는 두어구간에서 당황스러웠으나 서둘지 않고 쉬어가며 오릅니다.

 

 토왕좌골이 바라 보이는 계곡의 합수점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립니다.

 

 진작에 신발을 갈아신고 올라야 함에도 귀찮아서 그냥 오르다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집니다. 앞 선 공룡능선의 산행에서 설악산만큼은 번거롭더라도 릿지화가 한켤레는 있어야겠기에 준비한 릿지겸용 어프로치화입니다. 파이브 텐 '캠프 포 미드'입니다.

 

 나의 주력등산화인 마인들 '히말라야'입니다.

 

 릿지화로 갈아 신고 바위에 붙어 보는데 바로 미끄러집니다. 수어차례 반복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을 잔뜩 머금은 바위가 무섭습니다. 아무도 없는 계곡에  그것도 온몸으로 산을 사랑하다 유명을 달리한 이름있는 바위꾼들과 알게 모르게 생을 마감했을 무명의 바위꾼들이 머물렀던 장소에 혼자 있으니 긴장되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바위를 모르는 내가 혼자 무리하게 산행을 나선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워 쉬면서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올라보고 무리다 생각되면 철수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일단 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있으니 한쌍의 바위꾼들이 합수부의 소를 건너 폭포방향으로 사라집니다. 얼마나 자신있고 만만한 코스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자분은 판초우의를 걸치고 산악샌달을 신고오릅니다. 물론 남자의 소형배낭에는 자일 한동 정도는 있어 보입니다.

 

 나도 서둘러 배낭을 정리하고 맨몸으로 그 곳을 찾아 오릅니다. 내배낭으로는 도저히 오를 자신이 없습니다.

 

 구름속에 숨어 있던 노적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토왕골의 합수부와 토왕좌골

 

 토왕좌골

 

 

 한달여를 가슴않이를 하던 그 곳을 보기위해 오릅니다.

 

 합수부의 소를 건너서 바라봅니다. 하늘색 배낭커버를 한 나의 배낭이 외롭게 있습니다.

 

 계곡수가 흐르는 옆의 고정밧줄을 타고 오릅니다.